밀턴은 1608년 런던의 부유한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7세 때 세인트폴 학원에 입학하여 정규과정으로 라틴어, 히브리어, 그리스어를 배웠다. 17세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크라이스트 칼리지에 입학하여 문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21세에 문학사로 졸업할 때 그가 영어로 쓴 최초의 걸작 시인 [그리스도 탄생의 아침에](On the Morning of Christ’s Nativity, 1629)를 발표했다. 이후 10년간 독서와 여행을 통해 시인으로서의 기반을 닦으 며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밀턴은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그는 의회와 마찰을 빚으며 국가 분열을 일으킨 찰스 1세가 1649년 단두대에서 처형된 후, 크롬웰 정부의 외국어 담당 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밀턴은 고된 업무로 1652년 실명했다. 그 후 1660년이 되자 공화제가 좌절되고 왕정이 복고되었다. 그는 재산 몰수와 신변의 위협이라는 불행한 처지에 빠진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처형을 면했고, 덕분에 만년에 3대 주저를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원죄와 그로 인한 낙원 상실의 비극적 사건을 다룬 대서사시인 [실낙원](Paradise Lost, 1667)을 시작으로, 최초의 아담이 상실했던 낙원을 제2의 아담인 그리스도가 되찾는다는 [복낙원](Paradise Regained)과 구약성경에 나오는 영웅 삼손이 비탄과 치욕에서 벗어나 겸손과 새로운 영적 용기를 가지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 신의 선택된 전사임을 확신하는 과정을 그린 [투사 삼손](Samson Agonistes)을 1671년에 출간했다. 이 가운데 [실낙원]은 그를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으로 만든 최고의 걸작이다.
"하나님이 아주 멀리까지 선을 그어서, 우주를 이렇게 광대하게 지어, 하늘들이 광활한 공간 속에 펼쳐 있게 하심으로써, 그 조물주의 위대함과 장엄함을 나타내게 하신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혼자 독차지하기에는 너무나 넓은 이 구조물 속에서 그들은 단지 하나님이 정해주신 작은 구역에 몸을 담고 살아가는 것이고, 우주의 나머지 부분은 하나님이 가장 잘 아시는 용도들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한 것이지." - p.317)
"당신들이 이 나무의 열매를 먹는 날에는, 지금 아주 분명하게 보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지만 사실은 희미하게만 볼 수 있을 뿐인 당신의 눈이 완벽하게 열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여서, 신들처럼 되어 신들처럼 선악을 알게 될 것임을 그분은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내가 짐승이었다가 인간이 된 것, 그러니까 이렇게 적어도 내면만은 인간이 된 것처럼, 당신들이 인간이었다가 신들이 되는 것은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게다가 당신들이 죽는다면 그때에는 인간의 모습까지도 벗어버리고 진정으로 신들이 될 것이니, 당신들에게 결코 더 나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 죽음은 두렵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p.376
"... 그러니 우리 두 사람이 사랑과 마찬가지로 운명이나 기쁨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이 열매를 드세요. 당신이 이 열매를 먹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 갈라져서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그때에는 내가 당신을 위해 나의 신성을 포기하고 싶어도, 이미 때가 늦어서, 운명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 -p.384
"처음에 나는 인간을 창조하면서 행복과 영원불멸이라는 두 가지 좋은 선물을 수여했지만, 인간은 죄를 범하여 행복을 잃어버렸고, 영원불멸은 내가 선고한 죽음이 임할 때까지 인간의 고통과 비탄을 연장시키는 역할만을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죽음은 인간의 마지막 치료제가 될 것이고, 아울러 현세에서 살아가는 날들에 혹독한 환난과 시련 속에서 연단을 받고 믿음과 믿음에 의한 행위들을 통해 정화된 자들은 장차 내세에서 의인들로 부활하여, 그들에게 주어질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두 번째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p.453)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대시인의 등장
밀턴은 1608년 런던의 부유한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원래 성직자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찰스 1세의 종교 정책에 반감을 품어 그 꿈을 내려놓고, 대신 종교 시인의 길을 택했다. 밀턴이 시인의 길을 택한 이유는 성직자가 되어 교회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나 시인이 되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의 길의 옳음을 대중에게 알리는 수단이었다. 무엇보다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시인으로서의 큰 포부를 갖게 했다. 그래서 밀턴은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에 [그리스도 탄생의 아침에], [어떤 아기의 죽음에 대해], [쾌활한 사람], [사색하는 사람] 등의 시를 써서 시인으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을 확인했다.
밀턴은 학창 시절부터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처럼 영웅적 서사시를 영어로 쓰고자 했다. 그는 [일리아스]나 [아이네이스] 같은 대작을 써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중세의 로망스 류나 아서 왕의 전설 같은 영국의 서사시를 쓰려던 생각을 버리고, 성경에 근거한 인간의 타락, 악의 문제를 주제로 서사시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실낙원]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대시인의 등장을 전 세계에 전한다.
기독교 최고의 서사시 [실낙원]
격동의 시대를 살던 밀턴은 찰스 1세가 1649년 단두대에서 처형된 후, 크롬웰 치하 공화정 정부의 외국어 담당 비서관이 된다. 공화정의 정당성을 변호하던 그는 고된 업무로 1652년 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660년, 공화정이 좌절되고, 왕정이 복고됐다. 밀턴은 정치 보복으로 재산 몰수와 신변 위협이라는 불행한 처지에 빠진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처형만은 면했다. 시력과 재산을 잃고 가난에 허덕이던 그는 딸의 도움을 받아 [실낙원]을 집필했다.
밀턴이 [실낙원]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1650년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663년에야 원고가 완성됐다. 그러나 페스트(1665)와 런던 대화재(1666)로 말미암아 출판이 늦어졌다. 이듬해인 1667년 4월에야 비로소 출판사 사무엘 시몬즈를 통해 초판이 출간됐다.
[실낙원]의 근거가 될 만한 자료는 매우 방대하다. 하지만 그 근간은 창세기 1-2장의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야기와 요한계시록 12장에 나오는 천상에서의 싸움에 대한 예언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낙원]에는 성경 구절들이 수없이 삽입되어 있고, 그리스, 로마의 고전과 그 밖의 여러 사상에 대한 지식이 인용되어 있다. 그래서 일반 독자는 읽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난해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으며 공감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도 [실낙원]은 큰 명성을 얻었다. 그 이유는 성경 주제를 다룰 때 흔히 빠져들기 쉬운 단색의 빛에다 고전의 깊은 맛을 가미한 데 있다.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인간의 운명과 하나님의 도리라는 장대한 문제를 고전 전통의 빛으로 조명했다는 데 있다. 구성과 스타일에서 고전 전통을 거절했다면, 평이하고 단조로운 작품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불후의 고전으로 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낙원]은 단조로움을 피하고, 오히려 인류문화의 두 원류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합하여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기에 더욱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서양 고전 지식과 기독교 사상의 결합
[실낙원]은 서구의 문화 전통 전체를 재해석하고 되살리려는 시도다. 이 책에서 밀턴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유일신 신앙, 플라톤의 관념론, 호메로스의 신화학, 이탈리아의 인문학 등을 결합해서 우주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서사를 만들어 낸다. 또한 루크레티우스의 우주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적 우주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적 우주관을 성경에 나오는 우주관과 결합하여 [실낙원]의 기본 틀로 삼았다.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천국에서 일어난 사탄의 ‘반란’과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인간의 ‘타락’이라는, 같은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 사건을 축으로 삼는다. 두 사건을 ‘반역’이라는 주제로 묶어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를 뛰어넘어 천국과 지옥과 혼돈계를 포괄하는 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밀턴에게 [실낙원]의 세계는 단순히 현실과 동떨어진 종교의 세계나 신화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였다. 이것은 종교나 신화가 현실의 인간 경험을 포착해서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여러 상징과 비유를 통해 진리를 표현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렇게 해서 [실낙원]이라는 대서사시에서 지금까지 종교와 신화를 통해 표현된 진실은 여호와 하나님과 사탄과 여러 타락 천사들과 아담과 하와를 통해 생생한 현실로 부활한다.
CH북스 [실낙원]의 특징
CH북스는 더 많은 독자가 [실낙원]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귀스타브 도레의 명화 50점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판화 8점을 수록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낙원] 관련 명화 58점을 모두 실었다.
도레는 빈센트 반 고흐가 닮고 싶어 했던, 19세기 중반 가장 저명한 프랑스 화가이자 삽화가이며 조각가다. 그가 그린 [실낙원] 명화는 상상력과 묘사력이 뛰어나다. 빛을 통한 흑백 대비와 세밀한 묘사가 마치 실제 모습을 보는 듯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준다. 또한 한 점 한 점 스케일이 크고 장엄하여 이 대작에 극적 감동을 더하고, 독자들을 작품 속에 더욱 몰입시킨다.
화가로서의 천재성을 가진 블레이크는 [실낙원] 삽화로 유명하다. 이 책에 수록된 블레이크의 작품들은 그의 천재성만큼이나 독특함이 돋보인다. 기상천외한 형상과 엉뚱한 상상력으로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도레의 작품과는 색다른 감상의 묘미를 제공한다. 이처럼 58점의 명화는 독자들에게 문학 작품과 미술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또한 [실낙원]에는 성경,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과 단어가 수없이 나온다. 그로 인해 신학과 신화, 역사 등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일반 독자가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CH북스에서는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난해한 구절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로 자세히 설명을 덧붙이고, 상세한 해제를 수록했다. 기독교 최고의 서사시이자, 영문학사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걸작으로 인정받는 밀턴의 [실낙원]을 통해, 기독교 문학의 진수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