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책을 만듭니다.
정여울, 한수희 작가 추천!
“아프고 외로운 당신의 머리맡에 이 책을 놓아드리고 싶다”
우울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힘내’라는 말의 무력함을 견디며 사는 법
몸의 병과 다르게 마음의 병은 그저 의지의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손쉽게 “힘내”라는 말을 건넨다. 그 말은 역설적으로 환자의 상태에 고립감을 더하고, 힘을 내기는커녕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여 우울에서 빠져나오기 더욱 힘들게 만든다.
이 책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는 우울증을 그저 ‘힘을 내면 해결되는’ 상황으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 속에서 매일같이 외로움과 낙오감을 이겨내며 사는 저자의 현실적이고 적나라한우울증 분투기다. 조울의 파도에 휘말렸을 때 엉망이 된 자기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거기서 벗어나고자 천천히 나아가는 저자의 글을 숨죽여 읽다 보면 “화려한 성취감이 아닌 소박한 일상의 보살핌과 책 속의 지혜를 통해 조금씩 ‘충만한 삶’을 향해 천천히 노 저어 가는 저자의 노력”에 감탄하는 정여울 작가의 찬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 하루는 보람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과 무언가 해내야만 존재를 인정받을 것 같은 다급하고 초라한 마음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이 책은 담담한 위로와 응원이 될 것이다.
프롤로그 힘내라는 말 대신 듣고 싶은 말
1장 우울증이라는 불청객
나는 살아남았다고 한다
지루한 일상을 구원해줄 키다리 아저씨를 따라서
가랑비에 옷 젖듯 우울이 내려앉다
블랙아웃으로 시작된 검고 푸른 항해
잘했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하루 계획은커녕 노래 한 곡에 무너지는 나날
그저 무릎을 끌어안고 버티는 수밖에
2장 병원 문을 두드리다
내과에서 우울증이냐고 물었다
심리상담소에서 집과 나무, 사람을 그리다
첫 진료의 눈물 젖은 티슈 다섯 장
아빠에게 칭찬받고 싶었지만
익숙해지라는 송곳 같은 말
실은 네가 질려 할까 봐 두려워
생각보다 괜찮았던 우울증 커밍아웃
딱 맞는 의사를 찾아서
3장 우울의 수원을 찾아서
나보다 앞장서 걸어가는 사람
받아쓰기 80점에 울던 아이
주어가 내가 아닌 삶
부모님을 오해하고 미워했던 시간들
선생님,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도망치듯 기숙사 중학교로
할머니의 안방 냄새
서울대, 그래 드디어 서울대
하기 싫지만 해내야 했으니까
4장 우울증과 마주하기
다리 떨림, 구역감, 발진… 내가 겪은 약 부작용
자책과 자해는 손을 잡고 온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다
열네 알의 예비약을 모조리 삼켜버린 날
체중에 따라 내 자존감도 왔다갔다
5장 쓰러진 나를 힘껏 안아주기
다시 성을 쌓아 올릴 기회가 있다는 믿음
후회를 멈추는 법
엄마라는 어려운 숙제
운동은 남편을 웃게 한다
태어났으니 사는 거야
부처님,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나를 달래주는 고양이들
단발머리처럼 내 마음도 경쾌해졌으면
지은이 ∥ 고태희
부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인하대학교 공대에 진학한 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 포스코 기술연구원에 들어가 회사생활을 하다 반복되는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 이 선택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줄 그땐 몰랐다.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 공황장애가 왔고 얼마 뒤 조울증 판정을 받고 회사를 그만둔다. 이 책은 그 후 우울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아온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내게 찾아온 우울증이라는 불청객을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대신 직장을 그만두고 두문불출하며 한없이 쪼그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 운동이 좋다더라, 의사 말은 다 믿으면 안 된다더라, 약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더라 등 각자 주워들은 말을 했다. 사람들은 우울증을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굳게 먹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한 일주일 앓고 나면 툭툭 털어낼 수 있는 감기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날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에 도저히 이 늪에서 빠져나갈 자신이 더욱 없어졌다.
- 「프롤로그」 중에서
우울증을 커밍아웃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위로의 말을 들었다. 힘내, 운동을 해봐, 네가 감정을 다스려야지, 가족을 생각해봐, 긍정적으로 생각해, 어떤 심정인지 알아. 특히 몇몇은 그래도 내가 얼마나 다행인지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살 집이 있고 남편이 있고 날 걱정해주는 부모와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하라고 했다.
-「잘했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중에서
마지막으로 가면을 썼다.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 우울증에 걸린 내가 아닌 예전의 내 모습으로 가면을 단단히 썼다. 가면이 벗겨지면 큰일이었다. 조울증이라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에서 밀려난 듯 괴로웠는데 내 정신병을 들키면 완전히 선 밖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밝은 표정으로, 활발한 모습으로 애써 꾸몄다. 표정뿐이 아니었다. 목소리도 한 톤 높였고 행동도 조금 과장했다. 겉으로 보기엔 신이 난 듯 보였겠지만 안에서는 들킬까 봐 덜덜 떨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우울증 커밍아웃」 중에서
사소한 일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쌓여 있는 설거지거리를 보고 시작할 엄두가 안 나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을 때, 처참한 기분이 든다. 마루에 먼지가 한가득인데 진공청소기를 꺼내러 갈 힘이 없을 때, 무력하다. 며칠을 씻지 않았지만 샤워하러 가지 못할 때, 한심하다.
-「다시 성을 쌓아 올릴 기회가 있다는 믿음」 중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강박은 더 심해졌다. 내 존재의 의미마저 사라지는 듯했다.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의기소침해져서 내 옷 한 벌도 제대로 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책을 보려고 해도, 운동하려고 해도 자꾸만 ‘그게 무슨 소용이지? 아무 의미 없는 짓이잖아’라고 생각되었다. 특히나 돈이 드는 무언가를 하는 것은 주제 넘는 일 같아서 도저히 할 수 없었다.
-「태어났으니 사는 거야」 중에서
이 단발머리를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달라졌다고 말하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온 난 여전히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장도 지우지 않고 계속 거울을 보며 달라진 나를 만끽했다. 아침의 나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의 내가 신기했다. ‘그래, 이렇게 하나씩 달라져 나가야지, 이 망할 조울증에 매여 있을 수는 없지.’ 경쾌한 단발머리로 변한 것처럼 나에게 거추장스럽게 매달려 있는 조울의 찌꺼기들을 하나씩 떼어내겠다고 결심했다.
-「단발머리처럼 내 마음도 경쾌해졌으면」 중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
우울증을 의지 부족으로 치환하는 세상이라니!
초라한 마음을 안고 사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희미한 우울과 후회를 다루는 법을 담은 섬세한 우울증 분투기
질병 서사가 목소리를 내는 시대지만 질병을 극복하지 못한, 그중에서 정신병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는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수많은 우울증 환자는 자신을 감추며 차별과 고립에 맞서 싸우는 노력까지 해야 한다. “약해 빠져가지고”, “배가 불렀네”라는 말은 우울증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들은 우울증 환자를 향해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 힘을 내지 못해서, 감사할 줄 몰라서 마음의 병 따위를 이겨내지 못한다고 힐난한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착한 큰딸이 되고, 자랑스러운 서울대 타이틀을 얻고자 애썼던 저자가 포스코 연구원에서 ‘박사님’으로 불리다 우울증을 앓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건넨 위로도 비슷했다. “힘내”, “운동을 해봐”, “네가 감정을 다스려야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 이런 말들은 이면에 날카로운 송곳을 내포하고 있어 힘이 나기는커녕 스스로를 나약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는 우울증 극복기가 아니다. 여전히 조울의 파도에 휩쓸려 살아가지만,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이의 감동적인 분투를 담은 우울증 공존기다. 행복한 삶을 향해 천천히 노 저어 가는 저자의 섬세한 이야기는 우울을 디폴트처럼 희미하게 가지고 사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담담한 위로와 응원이 될 것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우울증에 무너진 뒤
정직하게 대면하는 트라우마와 상처
남의 시선으로 쌓아 올린 성취는 과연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엄마의 바람대로 받아쓰기 100점 맞는 아이, 아빠가 가지 못한 서울대의 꿈을 대신 이룬 딸이 되었지만 저자는 행복을 몰랐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칭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그들을 만족시켰다는 옅은 안도감만 인생에 드리웠다.
안도감이 아침 햇살의 안개처럼 사라지고 나면 또다시 목표를 찾아 헤매고 그것을 향해 뛸 뿐이었다. 불청객처럼 찾아온 우울증으로 그간 쌓아 올린 모든 것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간 뒤에야 저자는 깨닫는다. “우울증은 어쩌면 그동안 남의 시선으로 쌓아 올린 성을 모두 없애고, 나만의 행복으로 다시 성을 쌓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라고.
쓸데없이 학력만 높은 경력단절자로 살며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낙오감과 날마다 싸우면서도 저자는 병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심리상담소와 정신과를 제 발로 찾아가고 관련 책을 읽으며 병에 대해 공부한다. 어린 시절을 반추하고 가족관계를 바로잡으며 트라우마와 상처를 직면한다. 또한 예비약을 추가 복용해야 하는 상황, 자살 시도, 자해, 폐쇄병동 입원 등 치료 과정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우울증을 그저 의지 부족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정면으로 반박한다. 힘내라는 위로에 화를 내다가도, 주변인에게 우울증을 알리는 법, 가라앉는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는 법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힘을 내야겠다고 읊조리고 마는 모순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은
끝없이 공부하고 배우는 삶임을 감동적으로 증언한다” _정여울
우울증을 바라보는 세상의 민낯과 환자가 느끼는 양가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은 독자가 나만의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앞장서서 알려준다. “유리그릇보다 더 깨지기 쉬운 우리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길은 결국, 진심 어린 사랑과 정성스러운 보살핌, 나아가 내 문제를 스스로 깨닫기 위해 끝없이 공부하고 배우는 삶임을 감동적으로 증언하고 있다”라는 정여울 작가의 진심 어린 찬사처럼, 이 책은 문득 우울감이 밀려올 때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주는 아주 보통의 우울 사용설명서가 되어준다.
인생을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우울과 싸우려고 덤볐으나 이제는 평화협정을 맺고 조심스레 함께 가려고 한다는 저자처럼, 고군분투하는 자신을 버리고 힘을 빼고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