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설의 창시자이자 가장 위대한 역사 소설가로 손꼽히는 월터 스콧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에든버러 대학을 다닌 후 아버지를 따라 법조계에 입문하여, 1792년에 변호사가 되었다. 1799년에 셀커크 주의 판사 대리로 임명되었고, 1806년에는 항소법원의 서기가 되어 죽을 때까지 그 직책에 있었다.
스콧의 첫 작품은 『스코틀랜드 변경 지방의 민요』(The Minstrelsy of the Scottish Border, 1802-3)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후 『마지막 음유 시인의 노래』(The Lay of the Last Minstrel, 1805), 『마미온』(Marmion, 1808), 『호수의 여인』(The Lady of the Lake, 1810)을 발표하여 시인으로 유명해졌다. 1814년에는 첫 소설 『웨이벌리』(Waverley)를 출간했다. 스콧은 이 작품을 통해 역사 소설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는 『웨이벌리』의 성공에 힘입어 역사 소설을 계속 썼고, 그의 작품의 영향으로 역사 소설은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소설 형식 중 하나가 되었다. 스콧은 『아이반호』(Ivanhoe, 1819)로 그의 작품의 배경을 초기 근대 스코틀랜드에서 다양한 시대와 나라로 옮겼다. 그의 작품은 유럽과 미국에서 널리 읽혔고, 그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스콧은 성공한 소설가였지만, 1826년 공동 경영하던 제임스 밸런타인 출판사가 파산하여 큰 채무를 떠맡았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계속 작품을 써야 했다.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한 그의 성실함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사람에게 영문학의 대가로 존경받았다. 하지만 무리하게 작품을 써서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고, 1832년 애버츠퍼드에서 사망했다.
역사 소설의 창시자 ‘월터 스콧’
월터 스콧 이전에 역사 소설은 존재하지 않았다. 월터 스콧의 최초의 역사 소설 『웨이벌리』가 나온 이후에 역사 소설은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소설 형식 중 하나가 되었다. 영국의 문학사가 조지 세인츠버리는 말한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전 유럽이 역사 소설을 탐독했며, 유럽의 문필가들 상당수가 역사 소설을 쓰기에 바빴다.”
스콧이 없었더라도 결국에는 역사 소설이 등장했겠지만, 역사 소설이 그 시기에 출현하게 된 점은 스콧의 탁월한 작품 덕분이다. 『아이반호』를 포함한 그의 역사 소설은 이후에 디킨스, 새커리, 조지 엘리엇 같은 영국 소설가뿐 아니라,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유럽 작가들의 역사 소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 덕분에 월터 스콧은 생전에 큰 명성과 평판을 얻었다. 선박들이 스콧의 최신 소설 작품을 대서양을 건너 미국의 인쇄소로 급송하기 위해 대기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번역가들이 앞 다투어 그의 작품을 다른 언어로 번역했다. 영국에서는 스콧 생전에 출판된 부수가 수백만 부에 이르렀다. 그의 역사 소설의 성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선풍적이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펭귄 클래식, 옥스퍼드 클래식 선정 도서
충성스러운 흑기사의 양다리 로맨스와 멋진 무용담
스콧은 『웨이벌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코틀랜드 역사 소설을 쓴 뒤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자들의 새롭고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시대의 역사에서 주제를 택했다. 그 결과 12세기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한 『아이반호』를 발표하였다. 이 소설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반호』는 후세의 작가들로 하여금 중세에 흥미를 가지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이 작품의 제목 앞에 흔히 붙게 되는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의 선구가 되었다.
『아이반호』는 잉글랜드를 점령하여 지배계급이 된 노르만 인들에 대한 앵글로색슨 인들의 저항과 기백을 묘사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사자왕 리처드 1세가 십자군 원정을 나선 틈을 타 그의 동생 존 왕자가 노르만 인 귀족들과 손을 잡고 왕위를 차지한다. 이에 충성스러운 색슨 족 기사 아이반호가 리처드 왕을 도와서 존 왕과 그의 도당들을 무찌른다.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로웨나 공주와 아이반호, 아이반호와 레베카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아이작을 통해 잉글랜드 사회에서 멸시당하는 이야기 등이 한데 뒤섞여 신나는 모험과 아름다운 로맨스, 그리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12세기 잉글랜드의 문화와 삶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아이반호』가 선사하는 두 가지 재미
『아이반호』는 두 가지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먼저 해박한 고전 지식의 접목이다. 이 책에는 시, 역사, 극 작품, 옛날 이야기, 로맨스 등 작가의 지식이 축적되어 있다. 그것들이 작품 여기저기에 수없이 인용되어 작품 상황에 맞게 짜여져 있다. 이는 독자들에게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각 장마다 그 장의 전체 내용을 미리 가늠할 수 있게 삽입된 인용문들은 희곡, 시, 옛 기록 등의 다양한 출전에 힘입어 상황을 일치시키는 짜임새가 놀랍다.
또 다른 재미로, 이 책은 주로 상황이나 사건의 전개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인물 묘사는 내면 묘사보다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나 인물들끼리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그 인물의 성격을 가늠하게 한다. 『아이반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그 성격이 상당히 뚜렷하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주요 인물들인 윌프레드, 로웨나, 레베카, 세드릭의 정형화된 성격보다는 왐바, 애설스탠, 아이작 등 주변 인물의 성격이 더욱 재미있고 선명하게 부각된다. 그들은 친근하고 생동감이 있다. 이처럼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익살은 이 책을 유쾌한 분위기로 가득 채우고, 독자들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