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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37

프랑켄슈타인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지은이 메리 셸리
옮긴이 오수원
출판사 현대지성
발행일 2021-05-21
판형 150*225
쪽수 320쪽
ISBN 9791166815386
정가 종이책 : 8,800원 | 전자책 : 4,400원
분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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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유전공학, 인간복제 등의 최근 이슈까지 담아내면서도

진정한 인간다움을 고민하게 하는 독특한 고전

 

우리 장르는 200년 전, 메리 셸리라는 19세 천재 소녀의 발명품이다.” 어떤 SF 작가의 고백처럼,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과학을 소재로 한 SF 장르는 놀랍게도 이 책으로부터 출발한다. 프랑켄슈타인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학 발전의 명암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작품이며, 괴물에 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오늘날 인공지능, 유전공학, 복제인간 등의 이슈에서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아이, 로봇등의 탄생에도 결정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작가는 산업혁명 당시 큰 관심사였던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의 생체전기 실험을 참고했고, 전기 · 화학 · 해부학 · 생리학 등의 발달과 당시 과학자들의 생명 창조에 관한 고민을 토대로, 자신의 여행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특히 19세기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인공생명체를 주제로 최근 논의되는 기본개념, 가령 전기자극, 세포배양, 줄기세포, 체세포 복제 등의 복잡한 과학적 이슈의 원형을 정교하게 배치해 넣었다.

또한, 괴물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독해가 가능하다. 인간 내부의 무의식이 실체화되어 주인에게 모반을 일으키는 분신의 관점, 인간의 비극적 성장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관점, 폭력과 복수로 범벅이 된 괴물의 삶은 자신이 처했던 사회 상황의 산물이라는 관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가부장적인 욕망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를 소설로 담아낸 것이라는 페미니즘관점 등이 있다.

최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으로 창조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피조물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연구 중인 여러 프랑켄슈타인 실험이 결국 인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생각거리와 울림을 주는 이 생생한 작품을, 현대지성 클래식에서는 프랑켄슈타인과 메리 셸리를 전공한 번역가의 꼼꼼한 번역과 깊은 해제를 담아 선보인다

서문

 

1

2

3

 

해제 | 오수원

메리 셸리 연보

지은이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1797~1851)

 

1797년 영국 런던에서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과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무정부주의 정치 사상가이자 언론인 그리고 작가였으며, 어머니는 최초의 페미니즘 이론서를 쓴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출산 직후 며칠 만에 산욕열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몇 년 후 재혼했으나 부녀의 돈독한 관계를 질시한 계모는 주로 친자식을 거두고 메리는 버려두다시피 했다. 하지만 가정교사에게 글을 배워 아버지의 서재에서 많은 책을 독파했고, 당대의 사상가들이 아버지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독학으로 지식을 쌓아나갔다.

15세에 아버지의 제자이자 낭만파 시인 퍼시 비시 셸리를 처음 만나, 2년 후인 17세에 프랑스로 사랑의 도피를 한다. 이후 25세에 퍼시 셸리가 익사할 때까지 8년 동안 숱한 시련과 가난으로 점철된 시간을 보낸다. 10년 동안 겪은 아픔, 고난 등의 인생 경험이 평생의 저작 활동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19세인 1816년에 시인 바이런 경, 의사 존 폴리도리(소설 뱀파이어저자, 1819), 남편 셸리와 모인 자리에서 유령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해 7월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1817년에 탈고한 뒤, 21세인 18181월에 정식 출간했다. 친구들과 스위스 및 샤모니 빙하로 여행한 경험을 소설에 배경과 글감으로 활용했다.

남편 퍼시 비시 셸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25세에 혼자가 되었으나 여생을 아들 플로렌스와 아버지를 돌보며 독신으로 살았다. 1848년 발병한 뇌종양이 악화되어 18512154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면서 부모님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당시 산업혁명의 여파로 에너지 활용에 관한 과학 연구가 많았는데, 메리 셸리는 갈바니즘’(galvanism)이라는 생체전기 실험에 큰 관심을 보이며 당대의 첨단과학 이론을 적극 활용하여 새 기술이 가져올 가능성과 이에 따르는 윤리와 책임이라는 담론을 독창적인 이야기에 엮었다.

 

 

 

옮긴이 오수원

 

서강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대학교대학원에서 『프랑켄슈타인페미니즘의시각으로정리한논문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주인공프랑켄슈타인이아닌이름없는존재인괴물관점에서소설을다시보면서인간의많은모순과문제의면면을새롭게들여다보게되었다.

현재파주출판도시에서동료번역가들과번역인이라는작업실을꾸려활동하고있다.철학과역사,예술과문학양서를제대로옮기고싶은것이꿈이다.옮긴책으로 『문장의, 『데이비드, 『처음읽는바다세계사, 『보이지않는국가들, 『진실사회, 『중국의미래, 『감시국가』 등이있다.

인간 본성의 근본 원리라는 진실을 놓치지 않는 한, 나는 이 책에 혁신적인 내용을 거리낌 없이 엮어 넣었다. 그리스 비극 일리아스와 셰익스피어의 희곡 폭풍우, 한여름 밤의 꿈그리고 무엇보다 밀턴의 실낙원은 이러한 원칙을 잘 지킨 명작이다. 소설 쓰기라는 노동을 통해 즐거움을 주고받으려는 열망 외에 다른 욕심은 없는 소설가라면,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아름답고 절묘하게 조합하여 가장 고결한 시를 빚어낸다는 원칙을 자기 작품에 겸허히 적용하리라.

-서문, p.10

 

이제 부패의 원인과 진전사항을 살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하 납골당이나 시체안치소에서 수일 밤낮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여린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대상을 살피는 일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인간의 정교한 몸이 어떻게 썩고 부패하는지 살폈고, 생명력이 피어오르던 뺨이 죽음에 잠식당하는 것을 목도했으며, 경이로운 눈과 뇌가 벌레들 차지가 되는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삶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이행하는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세세한 인과를 끈기 있게 살피고 분석했지요.

그러다 마침내 이 어둠의 한가운데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나를 비추었습니다. 지극히 찬란하고 경이로운 동시에 너무나 단순해서 그것이 알려주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에 아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과학을 추구하던 수많은 천재 중에서 나 홀로 이토록 충격적인 비밀을 알아냈다는 것이 경악스럽기도 했습니다.

-13, p.59-60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어둠 속에서 형상 하나가 보였습니다. 내 근처의 나무 등걸 뒤로 움직이는 형상이었습니다. 얼어붙은 듯 서서 뚫어져라 응시했지요. 잘못 보았을 리 없었습니다. 번개의 섬광에 그 형체의 모습이 명료히 보였습니다. 거대한 체격과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을 흉측한 외양을 보는 즉시 그것은 내가 생명을 준 더러운 악마, 흉측한 괴물임을 알아차렸어요. 그놈은 거기서 뭘 하고 있었을까요? 그놈이 동생을 살해했을까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가 딱딱 부딪고 몸을 가눌 수 없어 나무에 기대야 했어요.

휙 지나가는 바람 때문에 그리고 어둠 때문에 놈을 놓쳤습니다. 인간의 탈을 쓴 채 그토록 아름다운 아이를 죽였을 리 없었어요. 놈이 살인자가 틀림없었습니다! 확실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이 진실임을 입증하는 거부할 수 없는 증거였습니다. 그 악마를 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헛일이었습니다. 번개가 다시 쳐서 놈을 비추자 이미 몽살레브 산의 깎아지른 벼랑 바위 틈새에 매달려 있더군요. 놈은 순식간에 정상에 오른 다음 사라졌습니다.

-16, p.92-93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치게 싫은, 내가 끔찍한 존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왜 기억하라는 것이지? 혐오스러운 악마! 네가 빛을 처음으로 본 그날에 저주가 있기를! 너를 만든 두 손에 저주가 있기를(그게 바로 나지만)! 너는 나를 형언할 수 없이 비참하게 만들었어. 널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고민할 기운도 없다고. 썩 꺼져!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지 않게 말이다.”

내 창조주여, 그대의 고통을 덜어드리리다.” 괴물은 이렇게 말하고는 그 끔찍한 두 손으로 내 두 눈을 가리더군요. 나는 난폭하게 그 손아귀를 뿌리쳤습니다. ()

말을 마치자 그는 빙상을 가로질러 길을 안내했습니다. 나는 뒤를 따랐습니다. 가슴이 꽉 막혀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두막을 향해 가면서 그가 사용했던 다양한 논거를 가늠해보았고 적어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작심했습니다. 호기심도 있었지만, 결심을 굳힌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 놈의 악행을 탓하기 전에 놈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처음으로 들더군요.

-22, p.128-129

 

나는 말을 멈추었소. 이제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소. 이 순간, 영원히 행복을 박탈당하던가 선물로 받던가 둘 중 하나가 되는 것이었소. 노인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 굳건해지려 했지만, 허사였어요. 남은 힘이 다 소진되었기 때문이오. 나는 의자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큰 소리로 흐느꼈소. 그 순간 젊은 식구들의 말소리가 들렸소. 낭비할 시간이 없었소. 노인의 손을 부여잡고 소리쳤소.

지금이 그때입니다! 저를 구해주십시오. 보호해주십시오! 제가 찾는 친구들은 어르신과 어르신의 가족분들입니다! 심판 때 저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하느님 맙소사!” 노인이 외쳤소. “당신은 누구요?”

-28, p.172

 

몸서리나고 심장이 주저앉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고개를 들자 악마가 달빛을 받아 창틀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자신이 요청한 일을 수행하는 나를 응시하며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짓느라 괴물의 입가에는 주름이 잡혔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나의 여행길을 뒤쫓아왔던 것입니다. 숲을 배회하고, 동굴에 몸을 숨기고, 광막하고 황량한 들판에서 은신처를 찾았겠지요. 그러다 이제 일의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재촉하러 나타난 것입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괴물의 얼굴에는 극도의 악의와 배신의 표정이 드러났습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나는 그와 똑같은 존재를 하나 더 만들어준다던 약속을 생각해내고는 감정이 북받쳐 올라, 작업 중이던 존재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습니다. 괴물은 자기 미래의 행복이 달려 있던 피조물이 내 손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자 사악한 절망과 복수심으로 울부짖으며 사라졌습니다.

-33, p.216-217

역사상 최초로 SF 장르의 문을 활짝 열어준 책

 

탐보라 화산 대분화 탓에 세계적으로 여름이 사라진 해로 유명했던 1816, 연신 내리는 비와 추위로 나들이가 녹록지 않았던 어느 날, 시인 바이런(1788~1824)은 제네바 호숫가의 디오다티 별장에 모인 친구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자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메리 셸리는 당시 산업혁명의 주제였던 과학적 에너지 활용’, 특히 갈바니의 생체전기 실험에 평소 큰 관심을 보였다. 바이런과 폴리도리 같은 쟁쟁한 별장 친구들의 천재적인 입담에 경쟁심이 더해, 메리는 며칠 동안 생생한 꿈을 꾸게 된다. 한 과학자가 우연히 시도한 전기 충격으로 시체를 살려내는 짤막한 내용이었다가 거듭되면서는 직접 생명을 만들어내는 끔찍한 악몽으로 디테일하게 확장되었다. 연인 퍼시 셸리(1792~1822)는 이 아이디어를 적극 격려하고 응원했고, 메리 셸리는 1년 정도의 집필 기간을 거쳐, 이전에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탄생시킨다(집필 시작은 19, 완성은 20).

프랑켄슈타인출간 후 50년 가까이 지나서야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1865)가 나왔는데, 사람들은 그제야 비로소, 과학적 가설과 추론에 기초한 장르를 SF(Science Fiction, 1851년에 용어가 처음 등장)로 따로 부르기 시작한다. 그 시작이 되는 작품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이 작품은 1910년 발명가 에디슨이 만든 초창기 영화(10분 분량의 최초의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었고, 1931년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동명의 영화(70분 분량)로 제작되어 대중의 뇌리에는 목에 철심을 꽂은 괴물 이미지로 각인된다.

 

 

과학 발전의 명암, 그 원형을 엿보다

 

소설의 배경은 북극이다. 19세기 사람들에게 북극은 오늘날 우주 공간이나 다름없이 미개척지였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의 과학자가 시체를 조합해 소위 인조인간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신을 벗어나 생명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과학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과학자가 인조인간을 만든 방법도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전기였다. 메리 셸리는 에라스무스 다윈의 생명체에 대한 가설과 개구리 뒷다리에 전극을 연결해 꿈틀거리게 만든 갈바니의 실험을 알고 있었고, 이를 자기 이야기 속에 집어넣었다.

메리 셸리는 이런 재료를 조합해 과학 발전의 성과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한계 역시 놓치지 않는다. 과학과 이성의 힘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를 보고 당황해 달아나는 주인공의 모습은,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한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거라는 예감을 보여준다.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었지만, 그 생명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결국, 그는 자신이 창조해낸 피조물에게 가족과 친지와 연인을 잃고 자신도 죽음을 맞는다.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고 풍성한 독서 경험이 가능하다. 과학자가 괴물을 만들고 그 결과 비참하게 전락해간다는 서사로 프랑켄슈타인을 설명하기에는 괴물의 말과 행동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낭만주의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주목한 일반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 소설은 인간 내부에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이 실체화되어 주인에게 모반을 일으키는 분신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본다. 결국, 주인공과 괴물은 한 몸에서 나온 두 개의 인격이라는 것이다. 또는 고독한 인간의 비극적 성장 과정을 그린 어둠의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괴물은 내적으로는 순수하고 성장해가는 존재이지만, 사회가 용인하지 못하는 끔찍한 외양 탓에 끊임없이 소외당하고 배척받는다. 또는 당시 산업혁명의 여파로 기계 파괴 운동’(러다이트 운동)이 확산하면서 폭력과 복수로 점철된 괴물의 사연 많은 삶 역시 그가 처한 사회 상황의 직접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가부장적인 욕망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를 소설로 담아낸 것이라는 페미니즘관점 등이 있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숨겨진 주인공이 다락방의 미친 여자인 버사이듯, 일제 강점기 조선의 아나키스트를 다룬 영화 박열의 실제 주인공이 박열이 아니라 후미코이듯, 프랑켄슈타인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뚫고 나오는 소위 괴물의 이야기에는 제목이 내세우는 주인공을 뛰어넘는 긴박성과 절실함이 있다.

 

 

창조자가 통제하지 못하는 피조물의 탄생

 

부제 현대판 프로메테우스가 보여주듯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적 신화나 책임에 대한 우화로 읽을 수 있다. 창조주()와 피조물(인간), 부모와 자식, 예술가와 예술 작품, 혹은 과학자와 발명 및 발견 간의 윤리적인 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자가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탓에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설정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IT, 핵무기, 유전공학 등 새 기술에 수반되는 끊임없는 위협이 19세기 초에 쓰인 이 소설에 이미 원형으로 제시되어 있는 셈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으로 창조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피조물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수를 두는 알파고의 등장은 이런 인공지능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연구 중인 여러 프랑켄슈타인 실험이 결국 인류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생각거리와 울림을 주는 이 생생한 작품을, 현대지성 클래식에서는 프랑켄슈타인과 메리 셸리를 전공한 번역가의 꼼꼼한 번역과 깊은 해제를 담아 선보인다. 이 책은 1818년에 나온 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이 책의 원제) 초판을 옮긴 것이다. 저자는 1831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빅토리아 초기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당시 독자층 비위에 맞추어 등장인물의 성격을 온건하고 보수적인 쪽으로 바꾸었다. 그에 비해 초판에는 메리 셸리의 원래 의도가 더 자유롭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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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대지성
등록일
2021.05.17 10:44
조회수
9,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