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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극찬한 고전 중의 고전!
88장의 독보적인 일러스트(전면 컬러 다수)와 함께
고대 그리스 원전에서 직접 번역한 358편의 우화 전집
이솝 우화는 원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 모음집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성인들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겪은 여러 경험과 삶의 지혜를 재치 있게 전달할 목적으로 구전되다가 조금씩 수집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솝과 그의 우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다는 사실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이솝 우화에는 농민과 상인과 같은 평범한 고대 그리스인의 삶이 곳곳에 나오는데, 플라톤을 비롯한 고전 저술가의 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즉, 이솝 우화에는 귀족이나 지식인이 아닌, 그리스에서 살다간 평범한 사람들의 민낯과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기원전 4세기에 아테네의 정치인이자 대중 연설가였던 데메트리오스는 연설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10권으로 이솝 우화를 펴내기도 했으며, 사본 중에 많게는 600개 가까운 우화 모음집도 있다.
현대지성 클래식의 『이솝 우화 전집』은 서양인의 입맛에 맞게 많이 각색되고 분칠된 영어 판본이 아닌, 그리스어 원전에서 직접 옮겼으며, 국내 최초로 19세기 유명 삽화가인 아서 래컴, 월터 크레인, 어니스트 그리셋, 에드워드 데트몰드 등이 그린 일러스트 88장을 소개했다. 이솝 시대부터 구전을 통해 수집되면서 원형이 대체로 잘 보존된 이야기 중에서 정선된 그리스어 원전 358편을 완역하여 성인은 물론 어린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지은이 ∥ 이솝 Aesop (B.C. 620-564년경)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이솝”(Aesop)은 영어식 이름으로 원래 이름은 “아이소포스”(Αἴσωπος, 기원전 620-564년경)이다. 기원전 6세기 후반에 이솝은 그리스에서 독보적인 작가이자 연설가로 통했다. 그의 우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했던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는 자신의 책에서 몇 편의 우화를 소개했는데, 이솝이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인 사모스의 노예였고 그의 주인은 처음에 크산토스였으며 후에는 이아드몬이었다고 전한다.
이솝은 기원전 620년경 흑해 연안에 있는 트라키아 지방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사모스 사람이었던 주인을 변호해준 공로로 자유민이 되었고, 그 후에 그리스의 일곱 현인과 어울렸다. 그리고 사모스 사람의 외교사절이 되어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와 협상을 벌이고, 바빌론의 리쿠르고스 왕과 이집트 넥타네보 왕의 궁정에도 찾아간다. 이솝은 델포이로 가서 협상하면서 이 책에 나오는 “독수리와 쇠똥구리”(4번) 우화를 전하다가 델포이 사람들을 격노하게 해서 낭떠러지에 던져져 죽임을 당했다.
영어로 번역된 이솝 우화들은 많이 각색되고 분칠되어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주의를 대변하는 것처럼 소개되었지만, 원문이 전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야만적이고 거칠며 잔인할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인이 처절한 일상 속에서 벼려낸 단단한 지혜를 다루고 있다. 죽음을 앞둔 소크라테스가 마지막까지 이솝 우화를 탐독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린이 ∥ 아서 래컴 Arthur Rackham (1867-1939)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기라 불리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하며 에드몽 뒤락, 카이닐센과 함께 ‘3대 일러스트레이터’로 불렸다. 그림 형제의 동화삽화를 그리면서 주목받게 되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팬』 등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옮긴이 ∥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Bochum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 기관인 Biblica Academia에서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쓰인 저서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하였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신학과 인문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16. 염소와 당나귀
어떤 사람이 염소와 당나귀를 키웠다. 주인이 당나귀를 잘 먹이자 염소는 질투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당나귀를 위하는 척하며, 어떤 때는 맷돌을 돌리고 어떤 때는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그는 지금 끝없는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준 후에,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척하면서 구덩이로 떨어져 그것을 기회로 좀 쉬라고 조언해주었다.
당나귀는 염소의 말을 믿고 그대로 따라서 구덩이에 떨어졌다가 온몸에 상처를 입었다. 주인은 수의사를 불러서 치료를 부탁했다. 수의사는 염소의 허파를 달여 먹이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주인은 당나귀를 치료하기 위해 염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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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해치려고 술수를 쓰는 자는
도리어 자신이 그 술수에 휘말려 해악을 당하게 된다. - p.37
58. 어떤 사람과 여우
여우 때문에 피해를 당해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었다. 어찌어찌 해서 가까스로 여우를 붙잡은 그는 복수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고는, 기름에 절여두었던 밧줄을 여우 꼬리에 묶고 불을 붙인 후에 놓아주었다. 여우는 신의 인도하심을 받아 그 사람의 밭으로 뛰어들었다. 때는 곡식을 수확하는 시기였다. 그는 울면서 뒤따라갔지만 아무것도 건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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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너그러워야 하고 막무가내로 화를 내서는 안 된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자기가 낸 화로 손해를 입는 일이 많다. - p.84
105. 한쪽 눈이 먼 사슴
한쪽 눈이 먼 사슴이 바닷가로 가서 풀을 뜯어먹으면서, 온전한 눈으로는 육지 쪽을 바라보며 사냥꾼이 가까이 오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는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바다 쪽에서 위험이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배를 타고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은 사슴을 발견하고는 화살을 쏘아 명중시켰다. 사슴은 정신이 혼미한 채로 죽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육지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잔뜩 경계했으면서도, 훨씬 더 위험한 바다는 안전하다고 믿었으니, 나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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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위험하고 해롭다고 생각했던 것이 도리어 도움이 되고,
도움이 된다고 여겼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다. - p.139
162. 갈까마귀와 새들
새들의 왕을 임명해야겠다고 생각한 제우스가 소집일을 정한 뒤 모든 새들에게 통보했다. 모든 새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새를 왕으로 임명할 생각이었다. 새들은 강으로 가서 목욕재계를 했다. 갈까마귀는 자기가 못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가로 가서 다른 새들에게서 떨어진 깃털들을 모아서 자기 몸 전체에 붙여 잘 단장했다. 이렇게 해서 갈까마귀는 모든 새 중에서 가장 잘생긴 새가 되었다.
소집 날이 되자 모든 새는 제우스에게로 갔다. 형형색색의 깃털로 화려하게 단장한 갈까마귀도 물론 갔다. 갈까마귀의 아름다운 자태를 본 제우스가 그를 새들의 왕으로 임명하려고 했다. 그러자 거기에 격분한 새들이 각자 그 갈까마귀에게서 자기 깃털을 뽑아가버렸다. 아름다운 깃털들이 다 벗겨나가자, 갈까마귀는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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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어 남의 것으로 자신을 단장한 사람은 일견 멋지게 보이지만,
남의 것을 다 돌려주고 나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 p.200
220. 늑대와 염소
암염소 한 마리가 절벽에 있는 굴에서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늑대가 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다가갈 수가 없자, 늑대는 암염소에게 실수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거기서 빨리 내려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옆은 풀이 무성하게 잘 자란 곳이어서 풀을 뜯어먹기 더 좋다고 했다.
그러자 암염소가 대답했다. “네가 날 부르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먹이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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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간교하고 악한 자일지라도 그들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악한 짓을 하려 하면 그 어떤 술책도 소용 없어진다. - p.271
263. 시장에서 산 당나귀
어떤 사람이 시장에 나와 있는 당나귀 한 마리를 사려고 했다. 그는 먼저 당나귀를 시험해보려고 자신이 데려온 당나귀들 근처로 끌고 가서 구유에 세워놓았다. 녀석은 다른 당나귀들 앞은 본체만체하며 지나가더니 그중에서 가장 게으르면서 먹기는 가장 많이 먹는 당나귀 옆에 가 섰다. 그리고 거기 서서 꼼짝도 하지 않자, 그는 다시 고삐를 매고 그 당나귀를 주인에게 데려가서 넘겨주었다.
주인이 그 사람에게 당나귀를 제대로 시험해보았느냐고 묻자, 그는 대답했다. “더 이상 시험해볼 것도 없소. 그 당나귀는 자기가 선택한 짝과 같은 부류라는 걸 잘 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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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우리가 사귀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우리를 그 친구들과 똑같은 부류로 여긴다는 이야기다. - p.323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솝 우화를 연구한 이유
플라톤이 쓴 『파이돈』에는 소크라테스(기원전 460-399년)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감옥에서 이솝 우화들을 노래 가사로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는 평소 수수께끼나 격언, 민담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연구했으며 실제로 그의 글 속에는 이 책에도 담긴 우화 몇 편이 기록되어 있다.
많은 사람은 이솝 우화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솝 우화는 성인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었고, 대중연설가나 수사학자들은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자신이 말하려는 것들을 재미있고 재치 있게 제시하고자 사용했다.
마치 재치 있는 입담꾼들이 누구나 재미있게 들으면서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야기 몇십 개로 시의적절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듯이,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 역시 인간의 본성과 삶의 경험을 통찰하는 이솝 우화를 활용하면서 자신의 지혜를 전달하는 필살기로 사용했다.
성인에게 더 생생하게 읽히는 이솝 우화
이솝 우화에서 그리는 세계는 야만적이고 거칠며 잔인하고 자비나 동정이 없으며, 폭군이 다스리는 체제 외의 다른 정치체제는 나오지 않는다. 그 세계는 잔인함과 무자비함을 보여주며 교활함, 사악함, 살인, 속임수, 사기,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것, 조롱, 경멸이 주를 이룬다. 고대 그리스의 도덕을 반영하는 이솝 우화를 보면 당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동정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동물 세계와 인간 세상 모두 이러한 정글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또한 이솝 우화는 평범한 고대 그리스 사람의 일상적인 삶과 함께 그들이 경험 속에서 얻은 지혜들을 담고 있다. 거기에는 농민과 상인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우화를 읽으며 그들이 어떤 생각을 지녔고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알게 된다. 플라톤을 비롯한 고전 저술가들의 글에서는 이런 부분을 알 수 없다. 이솝 우화에는 귀족이나 지식인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에서 살다간 평범한 사람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농민들의 거친 유머와 농담이 우화 전체에 걸쳐 등장한다.
이솝 우화 한 편 한 편에는 고대인들이 평생을 거쳐 체득한 삶의 지혜가 녹아들어 가 있으며, 저자는 인생을 아주 장밋빛으로 혹은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때로는 씁쓸하고, 섬뜩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하지만 살아가는 데는 반드시 이해해야 할 그런 일상의 진리를 한 페이지에 꾹꾹 눌러 담았다. 아이들이 동물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다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중간에 그만두는 이유도,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 읽으면서 ‘10년 전에만 이것을 깨달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아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전 완역한 우화 전집 358편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88장의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다
현대지성 클래식이 소개하는 『이솝 우화 전집』은 서양인의 입맛에 맞게 많이 각색되고 분칠된 영어 판본이 아닌, 그리스어 원전에서 직접 옮겼으며, 국내 최초로 19세기 유명 삽화가인 아서 래컴, 월터 크레인, 어니스트 그리셋, 에드워드 데트몰드 등이 그린 일러스트 88장을 소개했다. 이솝 시대부터 구전을 통해 수집되면서 원형이 대체로 잘 보존된 이야기 중에서 정선된 그리스어 원전 358편을 완역하여 성인은 물론 어린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