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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포르노·몰카’ 디지털성범죄 5년 새 4배 증가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까지, 끝 모르는 리벤지 포르노
인터넷 보안회사 맥아피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5명 이상이 휴대용 전자기기를 이용해 성적 이미지나 동영상을 공유하거나 저장했으며, 전혀 모르는 사람과 공유한 경우도 1.6명에 이른다고 한다. 헤어진 연인 10명 중 1명은 상대방의 성적 이미지를 온라인에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한 적이 있고, 그들 중 60퍼센트가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리벤지 포르노를 포함한 디지털성범죄 위반이 5년간 4만 7천 건을 넘었고, 요청 삭제 건도 8.5배 급증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간의 차이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회적 현상을 연구하는 매튜 홀과 제프 헌은 『리벤지 포르노』를 통해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급부상한 불법 촬영과 상대방의 동의 없는 사생활 노출 현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들은 입법과 교육, 피해자 지원, 가해자 재교육에 대한 조언들, 그리고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제시함으로써, 리벤지 포르노의 근절에는 우리 모두의 헌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책에 대하여
감사의 말
고지사항과 용어
도입
1. 리벤지 포르노의 지형 파악하기
2. 대응책
3. 리벤지 포르노의 특징
4. 온라인에서의 상호작용
5. 담론적 접근법으로 리벤지 포르노 이해하기
6. 이성애 남성 사례: “그 여자가 내 아이를 빼앗고 내 삶을 망가뜨렸어”
7. 이성애 여성 사례: “그저 섹스하기 위해 당신을 원할 뿐이야”
8. 게이와 레즈비언 사례: “사기꾼! 거짓말쟁이! 도둑!”
9. 논의해 볼 점
10. 향후 실현 가능한 개입
참고문헌
공저 ∥ 매튜 홀 Matthew Hall
매튜 홀은 얼스터 대학Ulster University 연구원이며 더비 대학University of Derby 학술 연구원이다. 『젠더 연구 저널Journal of Gender Studies』의 편집자이기도 한 그는 젠더, 섹슈얼리티, 신체이미지, 미용문화, 온라인 폭력, 약물 (오)남용과 참전 용사의 건강과 복지를 주로 연구한다.
공저 ∥ 제프 헌 Jeff Hearn
제프 헌은 영국 허더즈필드 대학University of Huddersfield 사회학과 교수이자 스웨덴 외레브로 대학Örebro University 젠더 연구 수석 교수, 핀란드 한켄 경제 대학교Hanken School of Economics 명예 교수이다. 그의 연구는 젠더, 섹슈얼리티, 폭력, 조직과 초국가성transnationalisations에 초점이 있다.
인터넷은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인터넷에 업로드된 디지털 기록은 영구적이다. 그 기록은 추억의 순간을 상기하고 싶을 때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불러낼 수 있는 축복이 되는가 하면, 우리가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어떤 사악한 주체에 의해 소환될 때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바보 같은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에서부터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행위를 담은 사진까지 되돌리고 싶은 행동이 담긴 자료의 유포를 통제하는 일이 디지털 시대에는 흔한 일이 되었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법적·윤리적 영역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 이 파괴적인 힘은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퍼져 나가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는 이전 파트너가 복수를 목적으로 성적 노출 사진이나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도입], 18쪽
리벤지 포르노그래피는 비교적 최근에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수년 전부터 존재했다. ‘리벤지 포르노그래피’ 또는 줄여서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는 2000년대에 들어와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가담하기 시작한 지는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포르노그래피 잡지 『허슬러Hustler』는 “독자가 보낸 여성 누드 사진 경연인 비버 사냥Beaver Hunt을 시작했다. 비버 사냥에 나오는 여성의 사진에는 종종 자세한 정보가 같이 실리곤 했다. 여성의 취미, 성적 판타지, 심지어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비버 사냥에 제출된 사진 중에는 훔친 사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 파트너들이 응모한 것이었다.”
-[1장. 리벤지 포르노의 지형 파악하기], 40쪽
리벤지 포르노는 분명 복수, 구체적으로는 개인이 행하는 복수의 영역에 집어넣을 수 있다. 사실 복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학자들은 개인적인 복수를 이해하려 시도해 왔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왜 사람들이 복수하길 원하며,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복수를 실행한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등을 연구했다. 복수는 실망, 상실감, 징벌, 수치심, 갈등과 반목 같은 감정과 사회적 관계를 다루고 대처하는 데 이용되는 정교하게 발전된 전략이자 전술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복수는 물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상징적일 수도 있다. 복수는 어떤 사람이 스스로 상정한 ‘정의’를 이루고 물리적인 부산물 또는 그 이상의 것을 뽑아내는 직접적인 행위가 되거나, 아니면 어떤 특정한 말이나 표현으로서 좀 더 피상적이고 상징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복수를 실행하면 그에 따른 저항이 올 수 있으며 ‘눈에는 눈’이라는 표현처럼 복수에는 복수로 끝도 없이 무한정 이어질 수 있다.
몇몇 학자들은 복수가 두 가지 목적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첫째, 복수는 종종 “트라우마와 상실에 대한 반응이고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환상”이다. 둘째, 복수는 “상처 입거나 모욕당하는 행위를 동반하는 자기 파괴적 충동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밸브’”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피해를 표면화시켜 상처 입고 손상된 내면의 자존심과 정의가 복구되는 느낌을 받도록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누군가의 이전 파트너의 노골적인 성적 노출 이미지를 공개하는 식의 복수는 순전한 앙심을 품은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리벤지 포르노를 올리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를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즉, 리벤지 포르노 게시자들은 피해자가 그런 성적 노출을 한 것을 비난하면서 “그들을 떠난 파트너를 벌주려고 성적인 관습에서의 이중 잣대를 제도화”한다.
-[3장. 리벤지 포르노의 특징], 101-102쪽
리벤지 포르노, 동의하지 않은 포르노그래피 그리고 복수 목적으로 온라인에 올린 동의하지 않은 포르노그래피는 젠더・성 폭력적 시각 문화의 핵심이다. 이 현상은 세상의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에워싸며 사회적 관계에 침투해 있다. 로리 페니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는 섹스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카메라 앞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라고 확실하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성적 노출을 유발하는 셀카, 섹스팅, 성적 노출 게시물 올리기, 섹스・섹슈얼리티가 시각적이고 사회적으로 풍성해짐으로써 형성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모든 성적 친밀함은 특히 사이버 세상에서 합의하지 않은 성적 학대, 괴롭힘, 착취, 성폭력과 포르노그래피, 리벤지 포르노를 위한 자원을 공급한다.
-[10장. 향후 실현 가능한 개입], 290쪽
이런 모든 점을 직면한 상황에서도 법적이고 기술적인 조치, 성폭행 피해자 지원, 가해자 처벌과 재교육 등 여러 가지 방식의 대응을 할 수 있다. 또한 폭넓은 정치적 활동, 젠더-섹스-페미니스트적 정치 행위와 변화를 지속하는 행동주의가 시급하다. 이는 폭력, 성폭력 그리고 (대부분의 형태의) 포르노그래피를 재생산해내는 젠더-섹스 권력 관계는 물론 인터넷, 사이버 세상의 젠더-섹스 페미니스트의 변화를 의미한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지배하고 그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온라인의 (이성애적) 성차별주의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웹은 투쟁의 현장이다.
-[10장. 향후 실현 가능한 개입], 290-291쪽
지금 우리는 익명성의 가면 뒤에 숨어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비겁하고 비정한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가
“리벤지 포르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행위, 포르노그래피의 형식을 띠며 가해자는 주로 전 남성 파트너이고, 피해자는 여성이 압도적이다. 연인관계가 끝난 후 복수할 목적으로 발생하지만 해킹을 통해 일어날 수도 있고, 상업적 용도의 포르노도 포함될 수 있다. 주로 오프라인에서 실행되어 온라인에서 배포 행위가 이뤄진다. 동기는 복수를 하기 위해, 재미 삼아 또는 정치적 이유 등을 들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인터넷 보안회사 맥아피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5명 이상이 휴대용 전자기기를 이용해 성적 이미지나 동영상을 공유하거나 저장했으며, 전혀 모르는 사람과 공유한 경우도 1.6명에 이른다고 한다. 헤어진 연인 10명 중 1명은 상대방의 성적 이미지를 온라인에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한 적이 있고, 그들 중 60퍼센트가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간의 차이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회적 현상을 연구하는 매튜 홀과 제프 헌은, 현대지성에서 번역출간한 『리벤지 포르노』를 통해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급부상한 불법 촬영과 상대방의 동의 없는 사생활 노출 현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오늘날 리벤지 포르노라 불리는 사회적 문제가 불거진 원인은 세계 각국에서 상호 간의 동의를 얻지 않은 성적 이미지나 동영상을 제지할 만한 법률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영국 특허청과 미국 헌법과 연방 저작권법에서는 이미지 생산자(사진을 찍은 사람)가 저작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에 찍힌 사람이 동의하지 않아도 생산자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서는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의 80퍼센트가 문제의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료에 대한 법적 권리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개인의 은밀한 비밀을 온 세상에 공유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다
매튜 홀과 제프 헌은 현존하는 최대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인 마이엑스닷컴을 비롯해, 각종 포르노 사이트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소셜 미디어 등에서 리벤지 포르노 콘텐츠와 함께 게시글을 탐색했다. 5천여 건이 넘는 사례를 수집, 게시자가 피해자의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올린 텍스트를 분석해 젠더 폭력과 학대를 묘사하는 특정 단어를 코드화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가해자의 심리를 읽어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게시자들이 자신의 신상을 은연중에 노출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저자는 리벤지 포르노를 공유하는 가해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피해자를 벌 받아 마땅한 인물로 취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또,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상관없이 모든 게시글 사례들이 다양한 예상 열람자들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성적 노출 이미지에 담긴 여성들(또는 남성들), 그들과 친한 사람들 또는 동료, 피해자의(그리고 가해자의) 친구들, 그리고 불확실한 ‘대중’들이 이해관계에 모두 얽혀 있었다.
수많은 게시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도 연구조사를 통해 밝혀냈다고 말한다. 게시자들은 안전하지 않은 성적 관행, 위생, 성적문란함 등에 대해 고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이롭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입장을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리함으로써 관계가 끝난 데 대한 보복이라는 비난을 피해 나갈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입법과 교육, 피해자 지원,
가해자 재교육에 대한 조언들,
그리고 우리 스스로 해야 할 일들
리벤지 포르노 콘텐츠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한번 인터넷에 게시되면 불특정 다수의 타인에 의해 유포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철회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두 저자가 사례로 들고 있는 마이엑스닷컴 사이트의 경우, 매일 7,400명의 순 방문자와 일간 15만 3,180건의 페이지 열람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방문자 1인당 20.7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에 따른 피해자의 수치심, 한 개인의 평판이 파괴되는 것을 넘어 피해자가 자살을 하는 등의 후유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남성과 여성이라는 전통적 가해자-피해자 관계를 넘어 이성애 남성, 이성애 여성, 게이, 레즈비언을 아우르는 새로운 가해자-피해자 관계가 등장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리벤지 포르노가 가장 친밀한 사람, 가장 개방적이며, 취약성을 드러낸 파트너를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대방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 곧 폭력을 행사하는 힘의 일부인 셈이다. 또한, 두 저자는 오늘날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정부와 법조계에서 리벤지 포르노 불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황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