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지성인에게 영감을 주는 책

혁명보다 뜨거운 한 인간의 결단,
가장 선명하고 읽기 쉽게 되살아난 『두 도시 이야기』
★ 디킨스 문체의 숨결과 뉘앙스까지 생생히 살린 최상의 가독성
★ 기네스북 선정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
★ 국내 유일 G.K. 체스터턴 서문, 오리지널 일러스트 41점 수록 완역본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 인간의 선택이 역사를 바꾼다.
『두 도시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절망과 광기의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을 수 있는가를 묻는 디킨스 문학 세계의 정점이다. 포도주가 깨어진 골목, 단두대 앞의 군중, 굶주린 아이를 안고 돌아오는 어머니. 디킨스는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사건’이 아닌 ‘몸으로 겪는 감정’으로 써냈다. 그래서 『두 도시 이야기』는 15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현재형 고전이다.
현대지성 클래식은 국내 최초 원문 연재판의 감정을 그대로 담은 오리지널 일러스트 41점, 디킨스 연구의 정수를 모은 체스터턴 서문, 혁명기의 배경·제도·사회상을 풀어낸 세심한 해설·각주까지 더해 독자가 이 소설을 ‘현장에서처럼’ 느끼도록 구성했다. 특히 기존 독자들이 가장 아쉬워한 번역의 매끄러움·정확성·디킨스 특유의 리듬을 살리기 위해 번역가 정회성은 원문의 문장 구조·어조·복선까지 세밀하게 복원했다.
18세기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이 비극적·구원 서사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격차, 혐오, 양극화가 일상인 시대에 디킨스는 묻는다.
“분열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책은 ‘두 도시’가 아니라 ‘지금 이 도시’의 이야기다.
한국 독자들이 가장 신뢰할 만한 『두 도시 이야기』 완역본의 새 기준을 제시한다.
◇ 왜 지금 현대지성판 『두 도시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가
- 국내 유일 G.K. 체스터턴 서문 수록: 작품의 깊이를 가장 정확히 해석한 권위 있는 안내서
- 정회성 번역의 결정판: 디킨스 문장·리듬·뉘앙스를 그대로 살린 가장 읽기 쉬운 한국어판
- 오리지널 일러스트 41점: 혁명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감정까지 보이는’ 비주얼
- 오늘의 독자를 위한 고전: 분열과 혐오의 시대에 다시 읽는, 지금 가장 필요한 서사
G. K. 체스터턴 서문
저자 서문
제1부 다시 살아나다
1장 시대
2장 역마차
3장 밤의 그림자
4장 준비
5장 술집
6장 구두장이
제2부 금빛 실
1장 5년 후
2장 구경거리
3장 실망
4장 축하
5장 자칼
6장 수백 명의 사람들
7장 도시 귀족
8장 시골 귀족
9장 고르곤 머리
10장 두 가지 약속
11장 이상적인 배우자
12장 섬세한 남자
13장 섬세하지 못한 남자
14장 성실한 장사꾼
15장 뜨개질
16장 계속되는 뜨개질
17장 어느 밤
18장 아흐레
19장 의견
20장 간청
21장 메아리치는 발소리
22장 바다는 계속 거세지고
23장 불길이 치솟다
24장 자석 바위에 이끌리다
제3부 폭풍의 진로
1장 독방
2장 회전 숫돌
3장 그림자
4장 폭풍 속 고요
5장 톱장이
6장 승리
7장 문 두드리는 소리
8장 손에 쥔 카드
9장 게임 시작
10장 그림자의 실체
11장 황혼
12장 어둠
13장 쉰둘
14장 뜨개질이 끝나다
15장 발소리가 영원히 사라지다
해설 | 정회성
찰스 디킨스 연보
지은이 ∥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1812-1870)
19세기 영국인들이 “우리네 친구”라고 불렀던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1812년 남부 포츠머스에서 여덟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채무 탓에 가세가 기울면서 디킨스는 일찍이 학업을 접고, 구두약 공장에 견습공으로 들어가 어려서부터 열악한 노동 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사무 서기, 속기사, 취재 기자 등 여러 직업을 거치며, 부조리한 사회 구조와 번영한 도시 이면의 빈곤에 차츰 눈을 떴다.
1833년 기자 시절, ‘보즈’란 필명으로 잡지에 단편을 게재하기 시작하여, 1836년 『보즈의 스케치』를 출간했다. 이듬해 『픽윅 클럽 여행기』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그는 단숨에 영국 사회의 얼굴이 되었다. 뒤이어 『올리버 트위스트』, 『오래된 골동품 상점』, 『크리스마스 캐럴』로 사회적 약자와 서민의 삶을 품은 따뜻한 휴머니즘을 완성했다.
1841년 역사소설 『바나비 러지』를 발표하며 작가로서 한층 원숙해진 그는, 훗날 『두 도시 이야기』에서 인간의 구원과 혁명의 비극을 동시에 응시한다. 토머스 칼라일의 역사서에서 사실을, 윌키 콜린스의 연극에서 감정을 빌려와 만들어낸 이 작품은 디킨스의 모든 문학적 세계가 응축된 결정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분열된 시대 속에서도 한 인간의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는 불멸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가난했던 소년은 결국, 시대의 양심이자 인간애의 대변자가 되었다. 1870년 디킨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 신문 부고란은 이렇게 전했다.
“우리의 친구가 떠났다.”
옮긴이 ∥ 정회성
인하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성균관대학교와 명지대학교에서 번역 이론을 강의했고, 현재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피그맨』으로 2012년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 번역 부문 상을 받았다. 『1984』, 『에덴의 동쪽』,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리브라』, 『아마존 최후의 부족』, 『휴먼 코미디』, 『침대』, 『어느 수학자의 변명』, 『골드바흐의 추측』, 『수학자의 공부』, 『어린 가정부 조앤』, 『첫사랑의 이름』,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기적의 세기』, 『온 뷰티』, 『런던 NW』, 『월든』, 『위대한 개츠비』, 『인간 실격』, 『동물 농장』, 『북샵』 등 여러 책을 옮겼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디킨스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그는 두 도시에 관한 책을 쓰면서도 하나는 알지만 다른 하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혀 모르는 도시에 대한 묘사가, 잘 알고 그만큼 익숙한 도시보다 훨씬 뛰어났다. 바로 여기서 의심의 여지가 없이 디킨스의 천재성이 드러난다. 천재성이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마주치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그것이다.
- G.K. 체스터턴 서문 (14쪽)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이 솟구치던 시기였고 불신이 드리우던 시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그리고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사람들 앞에는 모든 것이 놓여 있었고, 또한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가 천국을 향해 나아가는 듯했고, 동시에 모두가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컨대, 그 시대는 우리의 현재와 너무 흡사하여, 목소리 큰 일부 권위자들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극단적으로 비교해야만 당대의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제1부. 다시 살아나다. 1장. 시대 (25쪽)
커다란 포도주 통 하나가 길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수레에서 통을 내리다 그만 사달이 난 것이다. 포도주 통은 굴러떨어지면서 쇠테두리가 터져나갔고, 술집 문 앞에 깔린 돌바닥에 부딪혀 호두 껍데기처럼 부서졌다. 그러자 그 주변에서 일하거나 빈둥거리며 놀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앞다투어 포도주를 들이켰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돌바닥은 마치 다가오는 이들을 일부러 절뚝거리게 하려는 듯 길을 막았고, 흘러넘친 포도주가 그 틈에 가로막혀 작은 웅덩이를 이루었다. 웅덩이 크기에 따라 몇몇, 또는 떼를 지어 모인 사람들이 서로 밀치며 아우성쳤다.
- 제1부. 다시 살아나다. 5장. 술집 (64쪽)
귀족 나리와 정부의 일과 무관한 사람들도 넘쳐났다. 이들은 현실적인 일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고, 지상의 진실한 목적지를 향하여 곧게 나아가는 삶과도 무관하게 살았다. 걸리지도 않은 질병을 치료한답시고 섬세한 손놀림으로 환자를 속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의사들은 귀족 나리의 접견실에서 궁정 출신의 환자들을 향해 연신 미소를 지었다. 이론가들은 국가 정책을 해치는 작은 비리를 해결할 갖가지 대책을 세워 놓았다고, 번지르르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죄목조차 해결하지 못했다.
- 제2부. 금빛 실. 7장. 도시 귀족 (182쪽)
누가 무기들을 나누어 주었는지, 어디서 나와서 어느 경로를 거쳐서 한번에 수십 개씩 군중 위로 던져졌는지는 거기 모인 무수한 이들 가운데 한 명도 알지 못했다. 분명한 사실은 머스킷 총을 비롯하여, 탄약통과 화약과 탄환, 쇠막대기와 나무 막대기, 칼, 도끼, 창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손에는, 쓸 수 있는 모든 도구가 무기가 되어 쥐어졌다.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한 사람들은 맨손으로 담벼락에서 돌과 벽돌을 뽑아내느라 손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생탕투안의 모든 심장과 맥박은 폭발 직전의 열기로 들끓었다.
- 제2부. 금빛 실. 21장. 메아리치는 발소리 (351쪽)
밤이 깊어서야 남자와 여자들은 굶주림에 울고 있는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다. 컴컴한 밤인데도 허름한 빵집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질 나쁜 빵이라도 사려고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들은 현기증이 일도록 허기진 상태에서도 그날의 승리를 만끽하며 서로 포옹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승리를 되새기며 지루한 시간을 버텼다. 그러다 보면 남루한 사람들의 줄이 조금씩 줄어들기도 하고 드문드문 빈 자리가 생겼는데, 그럴 때면 높다란 창문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고, 거리에는 작고 약한 모닥불이 타올랐다. 주민들은 그 불로 음식을 만들어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음식이라고 해야 고기는커녕 말라비틀어진 빵뿐, 찍어 먹을 소스도 없는 지극히 초라한 한 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연대감이나 동료애가 모래 같은 끼니에 영양분을 불어넣었고, 음식을 나눠 먹는 이들의 기분을 북돋았다. 부모들은 사납고 잔혹한 하루에 열정을 쏟은 뒤였음에도 가련하게 여윈 자식들과 상냥하게 놀아주었다. 연인들은 이런 세상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내일을 희망했다.
- 제2부. 금빛 실. 22장. 바다는 계속 거세지고 (371쪽)
역병이 창궐하는 계절에 어떤 이들은 병에 은밀히 이끌린다. 그로써 죽고 싶다는 끔찍하고 순간적인 충동을 느낀다. 우리는 모두 그런 충동을 가슴속 은밀히 품고 살아가며 다만 그것을 불러일으킬 상황을 기다릴 따름이다.
- 제3부. 폭풍의 진로. 6장. 승리 (462쪽)
시드니는 침통한 눈길로 불 켜진 창문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끔찍한 현실을 잊은 채, 몇 시간의 평온을 꿈꾸며 휴식에 잠겨 있었다. 종탑이 있는 교회에서는 기도가 멎은 지 오래였다. 부패한 성직자와 약탈자들, 방탕한 자들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오랜세월 이어지면서 신앙의 뿌리까지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저 멀리 보이는 묘지 입구에는 ‘영원히 잠드소서’라고 쓰여 있었다. 감옥이 넘쳐났고, 거리에서는 예순 남짓한 이들이 죽음으로 떠밀려가고 있었다. 죽음이 너무 흔하고 눈앞의 현실이 되었기에 구천을 떠도는 영혼의 슬픈 사연 따위는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지 않았다. 이 모두 기요틴이 쉼 없이 일한 덕분이었다.
- 제3부. 폭풍의 진로. 9장. 게임 시작 (513쪽)
나는 바사드와 클라이, 드파르주와 방장스, 배심원과 판사를 본다. 그리고 옛 압제자들의 폐허 위에서 태어난 새로운 압제자들의 긴 행렬도 본다. 앙갚음의 도구가 그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도 전에, 그들이 모두 그 도구로써 멸망하는 것을 본다. 나는 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일어선 아름다운 도시와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그들이 긴 세월에 걸쳐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고 투쟁하는 가운데 승리와 패배를 거듭하는 모습을, 이 시대의 죄악과 그것을 잉태한 지난 시대의 죄악이 스스로 속죄함으로써 소멸해가는 모습을 본다.
- 제3부. 폭풍의 진로. 15장. 발소리가 영원히 사라지다 (613쪽)
혁명을 견딘 인간의 마음을 복원하다:
디킨스가 그린 감정의 지도
1859년, 디킨스는 자신이 창간한 잡지에 연재 중이던 『두 도시 이야기』의 결말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내가 쓴 최고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 문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디킨스의 문학적 기술, 감정 감각, 사회적 통찰이 절정에 이른 순간에 쓰였고, 그 어떤 작품보다 ‘시대의 긴장’을 포착해낸 걸작이기 때문이다.
현대지성은 이 작품의 정수(essence)를 최대한 손상 없이 한국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번역·주해의 전 과정을 새로 설계했다. 정회성 번역가는 원문의 리듬을 살리고 장면의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어순과 호흡, 반전이 숨겨진 문장 배치, 디킨스 특유의 아이러니를 정교하게 복원했다. 그 결과, 독자는 “고전 번역이 이렇게 매끄러울 수도 있나?”라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국내 유일하게 담긴 체스터턴 서문은 디킨스의 정신 구조와 인물 설계를 해설하는 거의 유일한 안내서다. 여기에 더해 해블롯 브라운과 프레드 버나드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41점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당시 독자들이 서사를 이해하던 ‘시각적 코드’다. 여기에 혁명기의 제도, 계급 구조, 도시 간 이동 체계 등 생소한 배경 요소를 설명하는 해설·각주가 더해져 독서는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해진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150년 전의 문장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똑같은 문제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분열, 분노, 혐오, 무기력 그리고 희생을 요구하는 선택들… 지금 우리가 겪어내는 여러 상황과 겹친다. 고전의 가치는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이해되는 것’에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박물관 속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가장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다.
두 도시 사이에 숨은
또 하나의 이야기
『두 도시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연재 당시부터 “디킨스가 쓰고 싶었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런던과 파리를 오가는 역마차의 여정으로 시작해, 결국 다시 런던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는 디킨스가 가장 공들여 사용한 서사적 장치다. 바깥으로는 정치적 폭발을, 안으로는 한 인간의 내면을 따라가게 하는 이 구조는 혁명기의 불안과 개인의 불안이 서로를 비추게 하는 거울 효과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것은, 디킨스 자신의 삶 역시 이 소설의 양면성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는 점이다. 구두약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해야 했던 최악의 시절과,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된 최고의 시절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존재했다. 그가 “최고이자 최악의 시대”라고 쓴 문장은 결국 자기 고백의 언어이자, 시대의 초상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양가성을 품고 있다. 귀족과 민중, 가해자와 피해자, 사랑과 희생, 파멸과 구원은 선명하게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서로에게서 기원한 ‘닮은꼴’임을 드러낸다. 디킨스는 이 대조를 통해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역사의 비극이 어떻게 인간 내부의 균열에서 시작되는가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당시 『올 더 이어 라운드』 창간호가 12만 부를 판매하며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것도, 이 소설이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니라 감정·철학·서사·사회 비판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사랑과 우정, 배신과 복수, 무너짐과 회복이라는 보편적 감정이 정치적 폭력의 무대 위에 놓이면서, 독자는 어느 순간 ‘두 도시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읽게 된다.
그래서 『두 도시 이야기』는 1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다시 읽힌다. 분노와 혐오로 들끓는 시대, 공동체가 방향을 잃는 시대에 디킨스는 말한다.
“두 도시는 다르지만,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닮아 있다.”
이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진실이야말로 이 소설을 세대를 건너 계속 살아 있게 만든 비밀이다.
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각본 작업 때마다 『두 도시 이야기』를 떠올렸을까
『두 도시 이야기』가 150년 넘도록 ‘다시’ 읽히는 이유는 단순히 고전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작품은 오늘날의 창작자들—영화감독, 드라마 작가, 스토리텔러—에게 여전히 서사의 원형을 제공하는 보기 드문 소설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제작 당시,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영화 속 상승과 하강의 교차, 희생과 선택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상승선은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카턴의 운명을 거의 평행하게 비춘다. 놀란이 끌린 것은 바로 ‘한 인물의 몰락이 어떻게 다른 인물의 부활을 가능하게 만드는가’, 이 독특한 긴장 구조였다. 디킨스는 이미 1859년에 이 복잡한 감정의 매커니즘을 완성했고, 오늘날 서사 창작자들은 이 구조를 ‘인간 드라마의 정수’로 여전히 참조하고 있다.
현대지성은 단순히 매끄럽게 읽히는 것을 뛰어넘어 이 서사의 원형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텍스트·삽화·해설·번역 모든 차원에서 복원해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록된 G.K. 체스터턴 서문은 디킨스의 인물 설계 방식—선악을 단순히 나누지 않고 결국 ‘닮은 얼굴’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가장 설득력 있게 해설한 안내서다.
여기에 디킨스 생전 직접 교정한 판본을 기반으로 한 완역, 해블롯 브라운과 프레드 버나드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41점, 그리고 19세기 혁명기의 장면을 이해시키는 83개의 각주가 더해지면서 독자는 이 소설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감정·장면·서사 구조까지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정회성 번역가는 문장의 어순과 복선의 리듬을 복원하면서도 현대적 가독성을 확보해, 이전 한국어판에서는 희미하게만 느껴지던 디킨스 특유의 장면 전환과 감정의 조율을 놀라울 정도로 명료하게 살아나게 한다. 덕분에 독자는 왜 이 소설이 영화·드라마·게임 서사의 기초가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이 모든 요소들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이 작품은 과거의 명작이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