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책을 만듭니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가?”
인간 집단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리더십 원리
메타버스 시대에도 여전히 적용되는 최고의 사회심리학 고전
★ 『르몽드』 선정, “세상을 바꾼 20권의 책”
★ “주식 시장의 대중 심리를 알려면 꼭 읽어야 할 책”
_앙드레 코스톨라니(“유럽의 버핏”으로 불리는 전설적 투자자)
“당선될 수만 있다면 과장된 공약을 남발해도 괜찮다. 유권자는 공약에 박수를 보낼 뿐 얼마나 지켰는지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흑색선전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주되 증거를 찾아 제시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여론이 협박으로 돌변해 정치인의 행동 노선까지 바꾼다.” 오늘날의 정치 행태를 꼬집은 것 같지만 사실은 19세기 말에 귀스타브 르 봉이 쓴 책, 『군중심리』에 담긴 내용이다. 사회상과 군중에 대한 그의 분석은 21세기인 지금과 견주어도 이질감이 전혀 없다.
군중에 관한 연구서 중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실천적 논의의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르 봉은 군중의 실체를 예리하게 꿰뚫을 뿐만 아니라 의도한 방향으로 그들을 이끄는 강력한 원리를 제시한다. 심리학의 거장인 프로이트와 올포트를 비롯해 드골과 루스벨트 같은 통치자들, “유럽의 버핏”이라 불리는 전설적 투자자 코스톨라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리더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분야에 적용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르 봉은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 등 역사의 격랑을 겪으면서 군중의 힘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가 말하는 군중은 단지 같은 장소에 운집한 무리가 아니라 특정 감정이나 신념에 따라 결합된 ‘심리적 군중’이다. 군중에 속한 개인은 고유의 특성을 잃어버리고 충동적으로 사고하며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먹물깨나 먹었다는 지식인들도 다르지 않다. 군중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군중심리』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르 봉이 말한 ‘심리적 군중’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껏 이해하기 어려웠던 팬덤 정치, 온라인 여론 형성 과정, 심지어 종교와 정치의 광기 등 최근의 여러 현상에 관해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군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리더들의 필독서인 『군중심리』를 풍성한 배경지식이 담긴 이미지와 깊은 해제, 원문에 충실한 완역으로 선보인다.
머리말
서론: 군중의 시대
1부 군중의 정신 구조
1장 군중의 일반적 특성: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
2장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1. 군중의 충동성, 변덕, 과민성 2. 군중의 피암시성과 맹신
3. 단순하고 과장된 감정 4. 군중의 편협성, 독선, 보수성
5. 군중의 도덕성
3장 군중의 사상, 추론, 상상력
1. 군중의 사상 2. 군중의 추론 3. 군중의 상상력
4장 군중의 모든 확신이 갖는 종교 형태
2부 군중의 의견과 신념
1장 군중의 의견과 신념에 영향을 주는 간접 요인
1. 민족 2. 전통 3. 시간
4. 정치제도와 사회제도 5. 학습과 교육
2장 군중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직접 요인
1. 이미지, 단어, 경구 2. 환상 3. 경험 4. 이성
3장 군중의 지도자와 그들의 설득 수단
1. 군중의 지도자 2. 지도자의 행동 방법: 확언, 반복, 전염 3. 위신
4장 군중의 신념과 의견의 가변 한계
1. 불변의 신념 2. 군중의 가변적 의견
3부 군중의 분류와 다양한 종류
1장 군중의 분류
1. 이질적 군중 2. 동질적 군중
2장 범죄자 군중
3장 법정의 배심원단
4장 유권자 군중
5장 의회 군중
해제 | 강주헌
귀스타브 르 봉 연보
지은이 ∥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1931)
1841년 5월 7일 프랑스 노장르로트루에서 지방 관료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따라 투르에 정착하고 그곳에서 학교에 다녔다는 사실 외에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 1860년부터 파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1866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의학 주제를 다룬 글과 논문을 썼고, 졸업 후에는 파리에 남아 영어와 독일어를 독학했다. 1870년 보불전쟁이 발발하자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이때 인간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글로 남겼다. 1871년에 파리 코뮌을 목격한 뒤 세계관에 큰 변화를 겪은 그는 이후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면서 인류학과 고고학에 관한 책을 저술했다.
18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관심은 사회심리학으로 옮겨갔다. 1894년에는 집단의 특성을 바탕으로 민족의 발달 과정을 분석한 『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을 발표했고, 1895년에는 대표작 『군중심리』를 출간했다. 순전히 관찰만으로 군중의 심리와 행동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한 이 책은 출간 1년 만에 19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사회심리학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한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자연과학 연구도 활달하게 진행해서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롯이 심리학 연구에 전념하다가 1931년 12월 13일 마른라코케트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 신문 기자는 그의 부고를 알리며 이렇게 추모했다. “그의 죽음으로 과학과 철학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옮긴이 ∥ 강주헌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수학했다. 번역의 탁월성을 인정받아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영어와 프랑스어 전문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습관의 힘』, 『문명의 붕괴』, 『12가지 인생의 법칙』, 『슬럼독 밀리어네어』,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산책』,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등 100여 권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강주헌의 영어번역 테크닉』 등이 있다.
엄밀히 말해 세계의 모든 지배자와 종교 및 제국의 창시자, 신앙의 사도들, 저명한 정치인, 좀 더 소박하게는 소규모 인간집단의 우두머리까지, 지도자는 모두 군중의 심리를 본능적으로 확실히 아는 ‘무의식적 심리학자’들이었다. 군중심리를 정확 히 알았던 까닭에 그들은 쉽사리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 서론, p.23
심리학적으로 ‘군중’이란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정 상황에서 형성되는 개인의 무리는 그 무리를 구성하는 개개인과 무척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의식을 지닌 개성은 사라지고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집단화되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한다. 그리고 일시적이지만 매우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 집단정신이 형성된다. 더 나은 표현을 찾지 못했으므로 이런 집단을 ‘조직된 군중’, 혹은 ‘심리적 군중’이라고 부르겠다. 이런 군중은 단일체를 형성하고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을 따른다. - 1부 1장, p.32
의식 상실, 무의식 활동의 우세, 감정과 생각을 똑같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암시와 전염, 암시받은 대로 즉시 행동하려는 경향 등이 군중의 일원인 개인의 주된 특성이다. 군중 속의 개인은 더 이상 그 자신이 아니다.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 혼자였다면 교양인이었을지 모르나 군중이 되면 야만인, 즉 본능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 군중 속의 개인은 충동적이고 난폭하며 잔인할 뿐만 아니라 원시인처럼 열광하며 때로는 용맹하게 나서기도 한다. 그런 개인은 독립된 개인에게라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말과 이미지에 쉽게 휘둘리고, 자신의 명백한 이익을 해치면서 본래의 습관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등 원시인에 가까운 경향을 보인다. 군중 속의 개인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무수한 모래알과 같다. - 1부 1장, p.40
군중 속의 개인은 불가능이란 개념 자체를 상실한다. 독립된 개인은 자기 혼자 왕궁에 불을 지르거나 상점을 약탈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유혹을 받더라도 쉽게 이겨낸다. 그러나 군중의 일원이 되면 개인은 ‘수’(數)가 부여하는 힘을 의식하게 된다. 이때 그에게 살인이나 약탈이란 암시를 걸면 그는 지체 없이 유혹에 넘어갈 것이다.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도 미친 듯이 때려 부술 것이다. 인간의 몸이 격분한 상태를 영원히 지속할 수 있다면, 그렇게 격분한 상태가 억눌린 욕망을 가진 군중의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 1부 2장, p.47
정복자의 권력과 국가의 힘도 군중의 상상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상상력을 이용하면 군중을 더욱 쉽게 끌어갈 수 있다. (…) 어떻게 해야 군중의 상상력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곧 알아보겠지만 일단 군중의 지성이나 이성에 호소해서는, 즉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만 해두겠다. (…) 군중의 상상력에 강한 자극을 주는 것은 하나같이 강렬하고 명확한 이미지 형태를 띤다. 달리 말해, 부수적인 해석이 필요 없는 이미지여야 한다. (…)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줄 안다면 군중을 지배하는 법을 터득한 것과 진배없다. - 1부 3장, p.82-85
군중은 이성적 추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각들을 대략적으로 짝 지은 결과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군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방법을 아는 연설가는 감정에 호소할 뿐 이성에 호소하지 않는다. 논리 법칙은 군중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중을 설득하려면 먼저 군중에게 자극이 될 만한 감정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척한 다음, 기초적인 연상 작용으로 잘 암시된 이미지를 환기하며 그들의 감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가야 한다. - 2부 2장, p.135-136
배심원단은 최종 결정을 내릴 때 군중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인들의 지적 수준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를 보여준다. 심의회가 소집되어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때 구성원의 지적 수준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학자나 예술가로 구성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흔히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석공이나 약제상의 모임과 확연히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 통계 자료에 따르면 배심원단이 어떻게 구성되더라도 그들의 평결은 동일했다. (…) 배심원들도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고 이성적 추론에는 별로 흔들리지 않는다. - 3부 3장, p.202
유권자는 후보자가 자신의 욕망과 허영심을 채워주길 바란다. 그래서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과도하게 아첨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약속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 또한 상대 후보자는 최악의 망나니인데다가 숱한 범죄를 저질렀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언과 반복, 전염을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널리 알려 그가 당선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물론 증거까지 찾아 제시할 필요는 없다. (…) 문서화된 후보자의 공약은 나중에 정적들이 반박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단정적이면 안 된다. 그러나 구두 공약은 크게 과장되어도 상관없다. 거창한 개혁을 거침없이 약속해도 괜찮다. 과장된 공약은 즉시 큰 효과를 발휘할 뿐 아니라 장래에 아무 책임도 지우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유권자는 당선자가 박수를 받은 공약, 또 당선에 크게 기여했을 법한 공약을 얼마나 지켰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 3부 4장, p.212
정신분석학 창시자 프로이트, 지도자의 표상 드골,
현대 PR의 아버지 베네이스, 주식의 신 코스톨라니…
다양한 분야의 선구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책
“대중에 관한 모든 연구는 이 책으로 시작해야 한다.”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앤슨 라빈바흐의 말이다. 그의 평가처럼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는 1895년에 출간되었을 때부터 지금껏 심리학의 주요 교과서이자 대중 연구의 입문서로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비롯해 수많은 학자가 이 책에서 전개한 르 봉의 이론을 토대로 자신의 학설을 세워나갔다. 성격심리학의 대가이자 하버드 대학교 교수였던 고든 올포트는 『군중심리』를 “사회심리학 영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이라고 극찬했다.
이 책은 심리학과 사회학을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홍보를 산업으로 정립한 “현대 PR의 아버지” 에드워드 베네이스를 비롯해서 세계적인 지도자 샤를 드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유럽의 버핏”이라 불리는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 등 수많은 리더가 르 봉의 이론을 응용해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 책을 필독서로 꼽았다.
책 한 권이 이토록 여러 분야의 발전에 한몫한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무엇보다 130여 년 전에 쓴 책이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데 여전히 유용한 관점을 제시하며, 사례로 든 인간 군상의 모습이 지금 세태와 다르지 않다는 점은 무척 놀랍다. 어떤 실험도 없이 관찰만으로 군중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한 저자의 통찰과 한 세기 앞을 내다본 혜안에 감탄할 뿐이다.
“군중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판단한다”
정치, 사회, 교육, 종교… 광고와 마케팅까지
군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모든 리더의 필독서
“예비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멀쩡한 사람이 예비군복만 입으면 껄렁대면서 일탈하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악플러들을 붙잡아 조사했더니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던 훌리건의 상당수는 소심한 자들이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성품과 학식을 갖춘 사람들이 소속 집단의 편향된 여론에 휩쓸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등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개인은 왜 군중에 속하면 개성을 잃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까? 여기에 답하려면 군중의 정의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의 연구 대상인 군중은 우연히 모인 사람 무리가 아니라 집단정신이 형성된 단일체로, 저자는 이를 ‘심리적 군중’이라고 부른다. 군중에 속한 개인은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보다는 외부 상황이나 주변의 분위기에 휘둘리는 것이다. 그렇게 익명성을 띤 군중은 자제력을 잃고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그래서 집단 이익을 꾀한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내던진다.
르 봉의 연구가 돋보이는 이유는 이와 같은 현상을 나열한 데서 그친 게 아니라 군중심리를 지배하는 힘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군중을 의도한 방향으로 이끄는 원리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군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단순하고도 자극적인 이미지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통치자들은 대부분 강렬한 이미지로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사람들이었다. 군중은 이들이 보여준 이미지를 통해 각인된 사상과 신념을 지키고자 기꺼이 자신을 희생해왔다.
또한, 군중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따라서 논리로 그들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자극할 만한 감정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암시된 이미지를 환기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군중을 이끌 수 있다. 무엇보다 개성을 잃어버린 군중 속 개인은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본능적으로 추종한다. 그래서 군중은 지극히 반항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더없이 순종적이다. 만약 지도자가 확언, 반복, 전염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군중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르 봉의 『군중심리』는 군중을 이해하고 이끄는 법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통치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민주정치가 확립된 뒤로는 민심을 읽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 마케팅, 금융 분야 종사자들도 소비자 심리 및 행동을 분석하고 투자자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을 탐독하고 있다.
프랑스어 원전을 꼼꼼하게 완역하고
풍성한 해제를 더해 소개하는
현대지성 클래식 『군중심리』 결정판!
귀스타브 르 봉의 이력은 무척 독특하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여느 의사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했던 그는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기념비적인 저서를 남겼고,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곳곳을 여행한 탐험가였으며, 두개골 측정 도구를 고안한 발명가였다. 심지어 말 훈련법에 관한 책도 썼다. 이처럼 그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남과 다른 길을 개척한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19세기에 태어났지만, 통섭과 융합이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21세기에 더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할 만하다.
『군중심리』는 이런 그의 빛나는 통찰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우리말 번역본은 1946년부터(RISS 검색 기준) 출간되기 시작했지만, 그동안은 연구자들과 전문 분야 종사자들이 주로 읽었으며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책은 오늘날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가 발전하고 메타버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군중은 ‘공간적’ 결합체가 아니라 ‘심리적’ 결합체라는 르 봉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지지나 세대·계층·젠더 갈등처럼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문제들부터 특정 이슈에 대한 쏠림 현상, “돈쭐”과 “혼쭐”로 대변되는 소비자 운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르 봉의 통찰이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현대지성 클래식”에서는 『군중심리』를 21세기에 걸맞은 모습으로 선보인다.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 수상자이면서 수많은 번역가를 양성해온 강주헌 선생이 프랑스어 원전을 완역하고 꼼꼼한 해제를 달았다. 고전은 배경지식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참작해 당시 시대상과 역사적 사건을 담은 이미지를 본문 곳곳에 넣었다. 원전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동시대 지식인이자 정치철학자 버나드 보즌켓의 서평과 함께 저자의 저서 곳곳에서 가려 뽑은 어록을 수록했다.